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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삶

[끄적끄적] 아버지의 기일과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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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8일은 음력으로 3월23일이다.
아빠의 기일이다.

제사를 안지낸지도 몇해가 지났다.
큰오빠가 이혼을 하고 경제적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에 형제들 모두 동의를 해버렸다.

이게 동의에 문제인지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매년 그날은 온다.

난 매년 그날을 잊는다.
난 매년 엄마에게 묻는다.
"올핸 오월 몇일이야?"
친절하게도 엄만 알려주신다.
매년 묻는 딸이 밉지도 않으신가보다.

죄송하다.기억 못해서.
그래서일까 어제밤 꿈에 아빠가 오셨다.
반가왔다.
아빠도 내가 보고싶었나?

어제 대공원에 있는 관모산을 올라갔었다.
한 계단 한 계단 정상에 올랐다.

벤치에 누워 나무 사이의 하늘을 봤다.
누워서 하늘을 본게 언제였는지 기억에도 없다.

깊은 숨을 쉬며 온몸에 하늘을 담았다.
손끝과 발끝에도 나무 냄새와 하늘 냄새를 담았다.

내려오는 길은 세가지 노선이 있다.
약수터 가는 길로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줄무늬 나비가 왔다.
길을 인도하듯 내 앞을 왔다갔다 했다.
난 아빠란  걸 알았다.


나비는 아빠였다.

몇 해 전, 아빠를 산에 모신 날도
나비가 봉분 위에 앉았었다.
비도 오는데 그냥 앉아 있었다.

그 날 이후 난 나비는 아빠라고 믿었다.

봄이 되면 나비가 온다.
올해도 봄이 왔다.
오월이 왔다.
나비가 왔다.
아빠는 늘 오신다.
아니 늘 계신다.

정상에서 맡은 나무 냄새, 하늘 냄새 그리고 아빠 냄새.
살아계실 때 한번도 못해본 말 .
"아빠, 사랑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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